노무현 대통령 배너

어제저녁 진화되었다는 소식에 '그럼 그렇지 국보인데 설마 더 큰 일이야 나겠어' 안심했다가, 붕괴 운운하는 소식에 놀라 TV를 켰다. 타들어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적나라하게 보자니, 고문이 따로 없더라.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편이었는데, 이번 사건 주범은 반드시 찾아내서 그 인간이 차라리 죽여 달라 할 만큼의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정도. 불길을 잡는다며 뿌려 대는 물줄기가 하염없이 약해 보이다가도, 되레 기왓장 떨어질라 물길이 거세 보이고. 잿물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꼭 숭례문이 흘리는, 그 오랜 시간 삭이고 삭였던 한이 어린 피눈물 같더라. 전소가 되어서야 불길이 사그라진 안타까운 상황. 새벽 다섯 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.

기껏해야 월드컵이니 올림픽이니 할 때나 대한민국 국민임을 새삼 느끼고 뭔 일이 터져야 애국심이 발동하니 부끄러울 따름인 데다가, 간밤에 TV로만 봤어도 이 상태인데 현장에 가면 감당할지 자신 없었다. 그런데 제2차 붕괴라는 흉흉한 소식을 들으니, 이제라도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서울역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탄내가 나는 듯했다…….



도착한 순간 그냥 눈물이 났다.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는 것밖에는 못 하겠더라.

셔터를 누를 때마다, 내 가슴에 비수를 찌르는 기분이었다. 다 타 버린 숭례문을 배경 삼아 웃는 얼굴로 셀카를 찍던 남녀도 있었고, 술에 취해 이명박을 욕하는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, 노무현이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일부러 그런 사건이라며 목청 높이던 할아버지도 있었다. 무심하게 지나치는 서양인도 있었고,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일본인도 있었다…….



잘 모르겠다. 이래서 숭례문이 우리를 버렸나, 라는 엉뚱한 생각만 들더라…….


2008/02/11 21:26 2008/02/11 21:2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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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오백년의 기억 그리고 멈춰버린 추억. Tracked from oixmoo style... 2008/02/12 01:28  delete
  2. 時間.. 달 Tracked from mezzanin in weblog 2008/02/12 10:53  delete
  1. zjuroo!  2008/02/12 10:59   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
    다녀오셨군요.
    정말 억... 소리만 날뿐, 어떻게 화를 내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.
    * 그리고 오랑쥬리 사진, 링크남길께요.
    http://www.box.net/shared/jo33jf1ck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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